주일, 인간의 인간다움을 위한 날
2004-07-07 12:22:49 read : 6907
김명용 교수,'안식일에 대한 신학적 연구' 발표
지난 7월1일로부터 새로운 근로기준법에 의거 '주 5일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여가 문화의 활성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목회자들의 목회패러다임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고용수)에서 주최하고 평생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제 7회 여름목회자아카데미가 지난 6월28일부터 7월2일까지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주 5일근무제 시대와 미래목회'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주 5일근무 시대가 도래 함으로써 생활모습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주일성수마저 위협받는 시대가 되었다라는 전제하에 이에 대처하는 미래목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이번 세미나에서 '안식일에 대한 신학적 연구'라는 주제의 김명용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의 발표를 소개한다. - 편집자주
칼빈의 안식일 신학
칼빈은 십계명 중 제4계명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안식일의 목적을 기술했다.
"이 계명이 주어진 목적은 악한 성향과 행위로 죽은 우리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묵상하되 그리스도께서 친히 마련하신 그 방법을 따라 묵상하기 위하여 안식일이 주어진 것이다"
칼빈에 의하면 우리의 죄악을 죽이고 하나님의 법을 배우고 우리의 거룩을 위해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것이다 . 칼빈은 이와같은 목적을 다시 3가지 관점으로 정리해서 안식일의 목적을 기독교 강요에서 밝혔다.
안식일은 우리의 영적 휴식을 위한 것이다. 이 영적 휴식이란 하나님께서 내 마음 속에 역사하시는 영적 사역을 위한 휴식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세속적인 생각을 비우고 자신의 일을 멈추고 하난님께서 우리 속에 역사하도록 해야 한다.
안식일은 예배와 경건의 연습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졌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모든 성도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예배의식을 행하고 경건의 훈련을 쌓는 것이 주 목적이다. 죄악을 죽이고 거룩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훈련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안식일은 우리의 중생과 성화를 위한 은혜의 방편인 것이다.
안식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노동으로부터 휴식을 주기 위해 주어졌다. 그러나 칼빈에 의하면 이 세째번 목적은 그 자체만 떼내어서 이해되면 이 계명의 핵심을 상실하고 껍질만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노동으로부터의 안식을 주신 이유는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거룩하고 경건된 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이 안식일이어야 하는가?
칼빈에 의하면 초대교회 때 이미 안식일이 제7일에서 첫째날로 변경되었는데 이렇게 날짜를 변경한 이유는 그들이 더 이상 유대인의 안식일 전통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 동시에 미신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첫째날이 안식일의 참된 의미와 목적이 궁극적으로 성취된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칼빈은 안식일의 신비의 상징은 그리스도의 오심과 더불어 완전히 성취되었기 때무에 이제는 옛날의 유대인들처럼 7이라는 숫자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제7일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고 모든 날의 동일한 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날을 경건하게 보내야 하고, 또한 매일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드려야 한다.
그러나 모든 날이 동일하기 때문에 주일을 없애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칼빈은 분명히 최소한 일주일 중 하루를 택하여 예배해야 함을 제4계명이 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을 옛 선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로 정했는데 물론 이것은 교회가 정한 것이지만 또 매우 잘 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칼빈의 견해에 의하면 반드시 예배를 드려야하는 주일이 있어야 하고, 그것만으로는 성도의 경건에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수요일이나 금요일 등에 예배드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욱 권할만하다는 의미이다.
칼 바르트의 안식일 신학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노동에서부터 휴식을 명한 날로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은총의 명령으로 주어진 날이다. 그러므로 안식일의 명령은 율법적인 강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다. 인간에게 안식일이 허용되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막2:27)'는 예수의 말씀 속에는 이상과 같은 의미가 들어있다.
안식일의 휴식은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휴식만을 위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이 휴식의 더 깊은 의미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노동으로부터의 휴식이다. 안식일은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휴식의 날이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주신 더 깊고 본질적인 목적은 인간이 하나님을 주님으로 섬기고 모셔야 함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안식일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안식일의 핵심은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만이 주님이시고 하나님의 은총만이 우리의 살 길임을 배우는 날이다. 구약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의 표식이었다. 안식일은 하나님을 위해 비워두어야 하는 날이다. 이것은 안식일이 성도의 경건을 위한 날이라는 칼빈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안식일의 계명은 인반 세계사 속에 존재하는, 세계사의 결정적인 목표요 세계사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하나님의 언약과 구원의 역사를 보게 하는 것이다. 안식일 하루를 위한 계명이 아니고 나머지 모든 날을 위한 계명이고 세계사 전체를 해명하는 계명이다.
안식일에 노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계명은 안식에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계명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이날의 인간의 행위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날에 했던 것과 비교할 때 다른 날에 했던 것을 안한다는 의미에서 안하는 날이다.
구약의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창조주이심을 기억하는 상징적인 날이었다. 즉 구약의 안식일은 창조의 완성에 대한 기억과 연계되어 있었다. 이 안식일이 주일(안식 후 첫날)로 변경된 것은 주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날이라는 사실과 연계되어 있다.
부활의 날이 창조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계약과 구원사역의 궁극적 완성의 날이고, 하나님의 다스림이 실현된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참으로 상징하는 날이므로 안식일이 주일로 변경된 것은 옳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이미 주일에 집회를 가졌다는 역사적 기록이 성경에 남아있다(고전16:2, 행20:7)
주일이 단순히 쉬는 날로 설교되어 사람들이 쾌락을 위한 스포츠나 복권이나 알코올 등으로 보내게 되는 것은 안식일 정신을 해치는 것이 된다. 안식일은 세상적인 즐거움을 위해 쉬는 날이 아니고 기도와 찬양과 복음선포와 성도의 친교와 예배의 참석을 위해 쉬는 날이다. 특별히 주일의 중심은 교회에서 행해지는 예배이다. 그러므로 주일에는 반드시 교회에 가야한다.
주일예배를 방해하는 일체의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율법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병원, 약국, 군대, 경찰, 교회의 종치기 등 질서유지와 자비와 이웃에 대한 봉사를 위한 선한 일들이 행해질 수 있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 제한 받는 불가피한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이 일에 종사하기 위해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일의 경건의 훈련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삶의 즐거움을 진작시키는 소박한 즐거운 일들이 주일에 행해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주일이 갖는 인간의 인간다움을 위한 날이라는 근본정신과 위배되지 않는다.
류정희 기자 jhryu@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