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제가 연애를 합니다. 저한테 재미있게 해달라고 그러는데, 특별한 재주가 없다 그랬더니 노래라도 부르라고 그래서 나오긴 나왔는데 상당히 떨립니다. 오늘 너무 긴 하루를 보낸 그녀가 잠시나마 즐거웠음 좋겠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하고 남자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죠.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오고 있죠…사랑해도 될까요?" 하면서 말입니다. 이 정도면 무슨 드라마인지 눈치를 채셨을 것입니다.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입니다
이 드라마는 꿈같은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즉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줍니다. 남자 주인공은 큰 자동차 회사의 후계자이고,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집안의 딸입니다. 이 둘이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온갖 어려움 끝에 이 사랑을 완성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신데렐라는 '평민'이 아닌 귀족이다(?)
이런 내용을 들으면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책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시달림을 받던 신데렐라가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왕실의 파티에 참석해 왕자와 춤을 추고 나중에는 왕비가 된다는 내용 말입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동화 탓인지 누구나 한번쯤은 이 신데렐라와 같은 사랑을 꿈꾸게 됩니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기도 하고요. 이것은 비단 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들도 부잣집의 딸이나 절세의 미인을 만나 사랑을 하는 꿈을 꾸고는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백마 탄 왕자나 공주를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로맨틱합니다. 아름다워 보입니다.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 보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사랑은 아름다운 로맨스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선물을 더하여 줍니다. 높은 신분의 사람과 만나 사랑을 해 그 사랑을 이루어 결혼하면 지금과는 다른 신분의 상승을 갖게 됩니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는 왕자비가 되고 그 왕자가 왕이 되면 왕비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 개그 프로에서 신데렐라는 귀족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원래 신분이 귀족이었기 때문에 왕궁의 파티에 초대를 받아 갈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웃고 넘어갔지만 생각해 보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동화책에서는 신데렐라의 신분이 나와 있지 않지만 왕실의 파티는 아무나 갈 수가 없습니다. 일반 평민들이 가지 못하는 곳이 왕실의 파티입니다. 신데렐라의 가족들은 왕실의 초대를 받아서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신데렐라의 집안이 왕실에 초대를 받는 집안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신데렐라는 가족들과 같이 왕실의 파티에 가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행색이 보통 일반 평민들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부가 끄는 마차, 하얀 드레스, 유리구두, 이런 그녀의 모습은 일반 평민이 아닌 귀족이나 다른 나라 공주의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신데렐라는 무사히 궁궐에 들어갈 수 있었고, 왕자를 만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신데렐라가 잃어버린 한 짝의 유리구두를 찾으러 일반 평민의 집을 찾아 나섰을 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유리구두는 아무나 신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 평민들이 유리구두를 신을 리는 없을 것이고, 유리구두를 신을 만한 집안 즉, 귀족이나 돈 많은 집안을 돌며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아 다녔을 것입니다.
그레이스 켈리와 다이애나, 그리고 고현정
신데렐라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와 영국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일 것입니다. 일반 평민의 신분에서 왕비와 왕세자비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동화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신데렐라의 집안이 왕실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고, 신데렐라의 행색을 이야기하면서 신데렐라의 집안이 귀족 집안이었다는 의문을 제기하듯, 그레이스 켈리나 다이애나도 그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레이스 켈리는 결혼할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름난 배우였습니다. 1951년 14시간이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하이눈, 갈채, 도둑, 백조, 상류사회등의 작품에 출연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스타에 오른 여배우였던 것입니다. 1954년도에는 갈채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레이스가 모나코의 왕자인 레니어 3세와 만나게 된 것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 '나는 결백하다'를 모나코에서 촬영을 하면서입니다. 그레이스가 모나코의 왕자를 만나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유명한 배우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애나가 찰스 왕세자와 결혼할 당시 유치원 보모로 일하는 평민과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말을 했지만 그의 직업이 유치원 보모였을 뿐, 그는 영국의 명문 귀족 가문인 스펜서 백작의 1남 3녀 중의 막내였습니다. 그의 집은 왕가의 별장인 샌드링 내에 위치하고 있었고 어렸을 적부터 왕실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합니다. 찰스 왕세자는 당초 그녀의 언니인 새러와 교제하였으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권고로 다이애나와 결혼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스 켈리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는 파리의 연인과 같이 드라마에서 이야기하는 평범한 여성이 다른 신분의 남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꿈같은 사랑을 이루고, 신분도 상승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과 귀족 집안의 딸을 평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이혼을 하기는 했지만 대표적으로 고현정 씨를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고현정씨도 그레이스 켈리와 같이 유명 배우였던 것에서 평범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실은 동화처럼 달콤하지 않아
최근에 니콜라스 케이지와 결혼설이 있는 엘리스 킴이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일반 평범한 여인과 유명 배우의 사랑이라며 스포츠 신문과 인터넷에 회자됐는데, 5월11일자 <스포츠 투데이>의 엘리스 킴의 큰 아버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그녀의 집안도 그리 평범하다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서울은행의 은행장을 지냈고 인터뷰한 큰 아버지께서도 제2금융권의 상무로 재직중인 그런 집안이었습니다.
특히나 엘리스 킴을 가난한 웨이트리스라고 표현한 <더 선>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으로 봉잡은 것으로 표현할 만큼 열약한 환경의 집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을 깨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랑의 대상은 왕자가 될 수 있고, 일반 평범한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왕자와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고, 일반 평민과의 사랑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신데렐라의 허탈감에서 빠져나오라
그러나 현실은 파리의 연인과 같이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가 아닙니다. 그레이스 켈리나 다이애나 왕세자비, 엘리스 킴과 같은 이야기는 왕자나 높은 신분의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해 신분의 상승을 이루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인 것처럼 이야기해 사랑을 왜곡합니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꾸게 하고 허탈감에 빠지게 합니다.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써 아름다운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왕자·공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왕자·공주와의 사랑만이 아름답고, 평범한 사람과의 사랑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과의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과 왕자·공주와의 사랑의 차이는 신분 상승을 하느냐 안하느냐 입니다. 왕자· 공주와의 사랑을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신분의 상승을 꿈꾸는 것일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랑은 겉으로는 아름다울 수 있으나 결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닙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왕자·공주를 담기 보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참모습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근 met__j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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