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은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2년째다. 그 동안 취업에서 수차례의 낙방을 맛보며 취업 삼수생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김군이 초상집에서 “최종면접을 통과하셨습니다. 입사를 축하드립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때 김 군이 슬픔에 잠겨있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면 상대방은 물론 주위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처럼 엄청난 결례가 될 수 있다. 표정연출 중 웃는 모습은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그것이 장소와 경우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호감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무시당하고 있다는 불쾌감만 안겨 줄 뿐이다.
‘매너’는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 즉 TPO에 맞는 예를 갖추라는 것이다. 표정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게 연출할 줄 알아야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멋진 만남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평소 매너가 아무리 좋은 사람도 자기 기분은 뒤로한 채 항상 상대방만을 배려하기란 쉽지 않다. 잘 생긴 외모에 성격 좋고 거기에 매너까지 겸비한 최동원 씨. 친구는 물론 선후배 사이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그러나 이런 최 씨에게도 고민이 없을 리 없다. 잘 지내던 여자친구에게서 결별을 통보 받고 우울해하고 있는데 친구 이훈 씨에게 지금 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 씨는 신촌 역에서 30분 후에 만나자는 짧은 메시지만을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무작정 기다릴 친구를 생각해서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 씨는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여느 때와 좀 달라 보였을 법도 한데 눈빛 맞추며 경청하는 최 씨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이 씨는 “오늘도 네 덕분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는 작별 인사를 건넨다. 이때 최 씨의 한 마디. “기회는 다시 올 거야, 하느님이 내게도 새로운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시려나봐…….” 그제야 눈치 챈 이 씨는 미안해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최 씨의 우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이 씨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 상황에 대해 상상해봤다. 최 씨는 “네 이야기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네가 나보다 슬퍼?”하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상황에 맞는 표정(눈빛)과 자세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고 북돋워 주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매너니아를 꿈꾸는 이들이 갖춰야 할 자세다. 개인적인 슬픔은 잠시 뒤로하고 대인관계를 형성한 이상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주위환경과 상황에 맞는 표정 짓기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그러나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어울리는, 표정의 여왕 ‘스마일’을 기본으로 몇 가지 삼가야 할 표정만 기억한다면 표정관리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첫째로 삼가야 할 표정은 ‘Korea face’라 불리는 ‘무표정’이다. 다음은 아무 생각 없는 듯한 멍한 표정. 어른들이 흔히 넋이 나갔다고 표현하는 이 표정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을 무기력하게 보이게 한다. 의심스럽게 쳐다보거나 민망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표정도 금물이다. 눈이 마주쳤을 때 바로 먼저 피해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표정도 좋지 않다. 또 대화시 아무 감정 없어 보이는 무덤덤한 표정과 곁눈질 또는 내려다보거나 흘겨보는 표정도 삼가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자칫 놓치기 쉬운 좋은 표정의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황과 대상에 맞는 표정을 짓고 있는가? 둘째, 턱을 너무 들거나 당기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고개 한쪽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넷째, 바른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는가? 첫째 주의사항을 제외하고는 사진관에서 증명사진 찍을 때 늘 듣게 되는 사진사의 주문을 떠올리면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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