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또 사는’ 쇼핑중독도 병이다
2004-02-03 10:36:52 read : 744
개인과 가정을 위협하는 쇼핑중독
의학계, 알코올중독과 같은 차원의 정신질환
가족내 친밀한 인간관계의 부재가 원인
최근 젊은 여성들과 주부들이 쇼핑중독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하면서 시중보다 싸게 물건을 살수 있다는 점에 현혹돼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자신의 형편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입하는 사치성 구매 이른바 ‘중독성 쇼핑족’들이 늘고 있어 심각한 가정적,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쇼핑중독증은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사들이고, 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심리적, 육체적 부작용에 시달리는 상태를 말한다. 한 번 구매 충동이 오면 필요하지 않아도 물건을 마구 사고, 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짜증을 내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쇼핑중독증 환자들은 물건을 사기 직전엔 긴장이 되다가도 사고 나면 속이 후련해져 쇼핑을 멈출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정서불안, 소화불량, 두통 등에 시달리고 심하면 약물의존, 식이장애, 우울증 등에 빠질 수도 있다. 쇼핑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쇼핑중독자를 정신의학에서 ‘의존성 장애’ 또는 ‘충동조절장애’로 규정한다. 인격장애인이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 쇼핑중독자가 충동적인 쇼핑을 할 때는 모두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알코올중독과 같은 차원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치심리보다는 심리적 공허감이 원인
‘쇼핑중독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지난 1990년 초부터 심각하게 대두된 사회문제였다. 이 때문에 쇼핑중독 전문 클리닉이나 쇼핑중독 치료 및 연구 모임도 일반화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몇년 전 한 연구소가 20대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쇼핑중독자는 100명당 6명이나 됐으며, 쇼핑중독 위험군도 1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그동안 과소비 풍조의 확산 등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쇼핑 중독자 비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명품 등 쇼핑중독자들을 밀착 취재하여 그 원인과 위험성을 짚어보았다. 김모(23·여) 씨는 명품을 사느라 1억원이 넘는 카드빚을 졌다. 빚을 갚으려고 유흥업소에 나가고 있지만, 지금도 수백만 원씩 쇼핑을 하고 싶은 충동을 견딜 수가 없다. 강모(28·여) 씨도 마찬가지다. 결혼 3년차 주부인 그녀는 쇼핑 말고는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남편 몰래 진 카드빚이 1억 원에 가까워 자살까지 생각했다.
취재 결과 쇼핑중독은 사치심리보다는 심리적 공허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들 대부분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대는 외모 콤플렉스가, 30대 이후 주부들은 남편의 애정 결핍이나 가족 구성원의 대화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제작진은 “쇼핑중독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구성원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쇼핑중독, 가족의 도움으로 치료해야
쇼핑중독증 환자는 대개 쇼핑을 통해 내부의 뿌리깊은 허무감과 갈등을 외부에서 해결하는 사람이라 한다. 즉 자신의 내적 안정성이 모자란 것을 보상하기 위해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쇼핑중독의 원인을 사회적인 원인이나 개인의 심리적 성향에서 찾기도 한다. 즉 내면보다는 겉치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길 좋아하는 왜곡된 사회상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상지대 김정란 교수(교양학)는 “특히 여성의 경우 지적·정신적 능력을 내보일 기회를 거의 차단 당해 물건 소비를 통해 존재를 인정받게 되는 사회 현실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정에서 소외감이나 고독감, 상실감, 우울증, 자신감 결여, 애정결핍에서 기인한다는 연구도 있다. 가족내 친밀한 인간관계의 부재에서 쇼핑중독이 비롯된다는 것이다.
가정경제 전문가들은 올바른 경제활동을 위해서 신용카드는 예산에서 책정한 품목에만 사용하고 예산에 없는 품목은 신용카드로 절대 구입하지 말아야 하며 이용대금은 매월 청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절대 연체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안했다.
쇼핑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없다. 자신의 쇼핑 습관과 소비성향을 점검해 쇼핑중독이 의심되면 먼저 신용카드를 없애고, 쇼핑은 항상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이나 명상, 요가, 스트레칭 등 건전한 취미생활이나 생산적인 일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증세가 심하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가족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치유와 희망을 주는 것이다. 중독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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